어느 날 엄마가 홈쇼핑을 보시다가 명란을 구매하자고 하셨다. 평소에 엄마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들을 내가 대신 구매해 드리는 편인데, 명란은 한 번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없었던 품목이라 새로웠다. 아무튼 그렇게 배송을 받았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방식은 이랬다. 우선 명란을 꺼내서 명란을 감싸고 있는 식용 비닐막을 제거 한다. 이때 나무 수저나 버터나이프처럼 끝이 뭉툭한 도구로 비닐에서 명란을 살살 벗겨준다. 사실 비닐막은 식용이라 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우리 엄마는 이런 식용 비닐 같은 것들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떼고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편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떼고 먹는다. 여담이지만 이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나는 순대를 먹을 때 겉에 있는 비닐을 벗겨내고 먹는다.... 사설이 길었는데 명란의 비닐을 제거하고 나서는 모인 명란 위에 참기름을 듬뿍 뿌려 준다. 그리고 따끈한 밥을 한 수저 퍼서 그 위에 명란을 얹어 먹으면 그만이다. 그리 특별한 방법은 아니지만 이렇게 먹는 게 나는 너무나도 맛있었다. 엄마는 참기름을 이미 많이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더 뿌려 먹으라고 하셔서 나는 또 K-장녀처럼 더 뿌려 먹었고 그랬더니 맛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갑자기 명란이 먹고싶어져서 쿠팡으로 명란을 주문하게 되었다.

쿠팡에서 할인하길래 구매한 동원 프리미엄 명란이다. 국산 명란을 사면 좋았을 텐데 대부분이 러시아산이다. 명란을 먹을 땐 가급적 저염 명란을 선택하는 게 좋다. 저염 명란이라고 해서 간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끈한 밥에 명란 한 숟가락을 얹어 먹을 거라면 저염 명란을 선택해도 충분하다. 빨갛게 양념이 되어 있는 명란을 보면 어떤 재료로 조미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고 걱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하얀 명란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가지런히 포장된 명란. 비닐을 벗기는 게 속편하다.

명란의 비닐을 벗기면 식감이 더 좋아진다. 준비 완료. 이제 이 위에 맛있고 고소한 참기름을 듬뿍 뿌려 주면 되는 것이다.

정말인데, 밥도둑이 따로 없다. 너무 많이 올려 먹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먹어야 맛있다. 짠맛과 고소한 맛의 조화가 훌륭하다. 햇반 하나가 부족할지도 모를 지경이다.
이렇게 질리도록 명란을 먹고 나면 당분간은 명란이 생각나지 않겠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