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는 모니터 앞에 앉아 일 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독감에 걸렸다는 핑계로 위례에서 휴식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리는커녕 어느새 티비에서는 서울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나오고 있었다. 고두심 배우님과 김성근 감독님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의 현대판 위인 시민분들이 참석한 행사였다. 시국도 시국이지만, 며칠 전 항공기 사고로 인해 모두 검은 한복을 입고 나오셨더라.
TV를 틀어도 유튜브를 틀어도 대통령 체포영장과 항공기 사고에 대한 소식만 가득하다. 대통령 체포영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에 대해서는 언론과 다수 유튜버들의 영상뿐만 아니라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떠들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 항공 전문가들이 많다니 놀라울 일이다. 물론 나도 마음속으로는 새롭게 알려진 사실이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가능성에 불과한 것을 기어이 영상으로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클릭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한 편으로는 아직 객관적으로 밝혀진 팩트다운 사실이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여럿이 추측에 불과한 말들을 떠들어제끼는 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이내 영상을 끄는 행동을 공허하게 반복하게 된다.
다만 이번 일로 안타까움이 피부에 와닿았던 순간은,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부기장이 고등학교 1년 선배였다는 것을 단톡방에서 알게된 순간이었다. 얼굴은 모르지만 적어도 2년 동안은 같은 건물에서 언젠가 한 번은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의 평안을 짧게나마 빌며 25년 새해의 첫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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